최근작 질풍광룡에서 실망을 했으나...
썩어도 준치라고 역시 조진행이다.
나는 조진행작가를 참 좋아한다. 천사지인에서 너무 감명을 깊게 받은 것도 있으나 다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어떤 것들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특히나 무협은 자기복제가 이루어지기 쉬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대형 설서린으로 유명한 설봉이나, 지금 칼든자들의 도시를 연재하고 있는 장영훈이나, 아 칼든자들의 도시는 현대무협이다. 강추작이고 너무나 좋은시도라고 생각한다. 지금 마신 강림을 연재하고 있는 한중월야나, 이것도 현대무협이다. 강추작이고 재미있다. 일단 아주 재미있어야 강추작이다. 설명은 다른 리뷰를 위해 아껴놓고,
이런 작가들도 자기복제를 피하지는 못했다.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관을 일관되게 쓰고 캐릭터를 묘사하는데 어디까지가 자기복제이고 어디까지가 새로운 창조인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무협에서는 사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나, 주인공들이 가질 수 있는 세계관, 그리고 그에 따라 생성되는 신념,(협이나 복수 같은 것) 또 테제와 안티테제도 지극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진행작가도 이런 점들을 피해가지 못했다. 칠정검 칠살도, 기문둔갑, 향공열전...
이 소설들에서는 약해빠지고 세상 물정을 모르던 주인공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천고의 비급을 익히고 먼치킨이 돼서, 억울한 상황을 조금씩 유발하면서(필력으로 잘 풀어내지 못하면 고구마가 한트럭이 되는) 그걸 깨부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후아유나 무한의 아키텍쳐같은 시도는 아주 좋았다. 그런 현대 초능력물, 판타지를 쓰면서 작품에서 다루는 지평이 넓어지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르문학에 한 획을 그은 작가가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는 것이 어찌 기껍지 않겠는가.
구천구검은 아주 재미있다. 앞의 글들과 주인공의 전사는 비슷하다.
약한 어린애인데 억울하게 창고에 갇히고 거기서 기연을 얻어 천외천의 고수가 되는데 세상물정을 모른다.
완결이 나지 않아서 완추를 줄 수는 없었지만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함께 숨이 가빠질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