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신 작가가 쓴 소설.

요리의 신은 강추작이다.

읽다보면 문장이 섬세하고 반질반질하게 닦은 자갈같다. 문학적인 표현도 많고 인물들간의 감정선도 호흡이 느린 서사시를 타고 완만하게, 또는 급격하게 유려한 경사를 그리며 흐른다.

이 소설은 정통판타지에 가깝다. 주인공이 칼의 목소리가 들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 이미 정통 판타지가 아니지만, 용과 마법, 기사가 나온다고 해서 정통 판타지인가라는 생각 혹은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가 키치적 성향을 띤 문학인데 그렇다면

'정통 키치'라는 건 얼마나 우스운 단어인가. 하하 마법은 클래스가 진짜야 서클이 진짜야라고 싸우는 것과 비슷하다.

일단 글은 필력이 검증된 작가의 글답게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

하지만 작가의 강점은 인물들간의 감정표현인데, 이런 칼과 초능력이 나오는 장르에서 잘 발휘될지는 미지수이다.

일단은 밸런스도 훌륭하고, 주인공의 능력 또한 식상하지만은 않다.

쭉 읽어볼만한 소설.
Posted by 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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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가 버스에서 나를 밀치고 자리에 앉았다.


거기에서부터 든 생각이다.


얼마전 엘리베이터에 붙여놓은 종이를 누가 인터넷에 올린 것을 보았다.


저희 동 아이들은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배운 것은 있으나 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의 글귀였다.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은 존경을 받지 못하고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


20년 전만 해도 자녀들에게 이렇게 교육을 시켰다. 


나중에 굶어죽지 않으려면, 처자식 잘 건사하려면 공부 열심해해야 한다.


전쟁이 남긴 상흔은 컸고, 가난은 길었다. 당신들은 당연히 두려우셨을거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변명을 할 수 없는 GNP 1조 4천억의,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가 됐다.


철학 없는 줄세우기식 교육과 황금만능주의가 이런 사회를 만들었다.


이 사람들은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좋아하고, 하청단가를 후려치면 물건이 싸졌다고 좋아하고, 피씨방이 담합해서 500원으로 잠시 낮추면 싸졌다고 좋아하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니냐고 두려워한다. 또 정치는 다 부패했으므로 자기는 관심 갖지 않게 되었고 투표하지 않으며, 그것은 온전히 정치가 부패한 탓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매스컴에서 부풀린 이미지와 표상에 젖어있고 헛된 것을 꿈꾼다. 그것이 무언지 알지도 못하면서.


친구들과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결혼하면 이러이러 할 것이다라는 주제의 이야기.


그것이 어떤 것인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냥 그것이 가진 이미지의 환상에 홀려서.


결혼을 한다고 해서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서 행동해야 사람은 바뀐다.


사람들이 가치있다고 아무리 말해본들 그 것이 자기 자신에게 가치가 없다면 그 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세계일주를 하는 경험이 누군가에겐 평생의 소망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집에 있는 것보다도 못한 일인 것처럼.


전두환이 했던 3S정책이 이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미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인데 매스컴에서, 자본주의에서 상업적으로 만들어야하니 미스코리아같은 것을 만들어서 대중적인 미를 사람들에게 강요했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이 대중적인 것과 어긋나면 너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같은 소리를 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주체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법을 잊어버리게 만든 것 아닌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대충 알겠다. 


주체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올바름을 찾고 신념을 세운 후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 생각이 황금만능주의를 지배한 사회에 통용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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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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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은 도둑질이다.

생각 2018. 9. 12. 15:47
썩은 사료를 먹여 키운 스테이크를 내오는 것과 같다.

옳지 못한 과정을 용인하면 사회 전체가 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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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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