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리뷰를 보기 전에 이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그리고 많이 늦지 않았다면 지금 문피아 골베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니 유료화가 되고 오기 전에 읽고 오는 것이 좋다.


좋은 작품을 봐야 좋은 리뷰가 나온다. 내가 리뷰에 들이는 성의든 뭐든.


작가가 놀랍게도 고등학생이라고 한다.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 작가도 학생이라더니, 이 작가도 재능충이다. 고등학생답지 않은 필력이다.


  주인공은 예전에 사고를 당해 발목이 한 쪽 없어 의족을 찬 20대의 국회의원 7급 수행비서고, 국회의원이 툭 던진 한 마디에 출마했다가 상대편이 부정선거를 저지르는 바람이 얼떨결에 국회의원에 당선되버린다. 그리고 임기 첫날 허공에서 몬스터가 쏟아져서 서울은 난장판이 되고, 국회의원들도 11명을 남기고 다 학살당해버린다. 가까스로 피신에 성공한 주인공은 자기도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치적으로든 뭐든 살아남기 위해 협회를 발족시키고 온갖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이익집단을 공익집단인것처럼 포장시키고 주인공의 정치적 입지를 드높이는데 쓰지만, 그 과정이 정의롭지 않다고 해서 의도와 결과가 정의롭지 않은 것이 아니며, 과정 또한 불의롭지도 않다. 


자칫 재미없게 보일 수 있는 요소인 정치가 들어갔음에도 독자들이 이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테지만 양판소의 뒷페이지를 보는 듯한 느낌일 것이기 때문이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괴수가 나와서 길드가 만들어지고, 존나 쎈 놈이 나와서 펑펑 때려패고. 세계 1위가 되고.


텍스트 사이에 숨어있는, 뒤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났겠구나. 정치적으로는 이런 일들이 있었겠구나 싶은 것들. 실제로 그럴 법한 것들.


판타지 소설을 보다보면 말도 안되는 진상이 나오거나, 이상한 상황이 나와서 주인공이 사이다를 먹이는 장면에 짜게 식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이 랜덤박스같은 것을 열었는데 그 때마다 필요한게 나와도 우리는 흥미를 잃는다.


있을 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중생 말투로 말하는 60살 노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아무 이유 없는 말도 안되는 진상도 존재하기는 하나 알고보면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정신병에 걸렸든, 무언가가 트라우마를 자극했든, 어떤 부분에 꽂혀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로 자위를 한 후 진상짓을 하는 경우가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양판소에서는 주인공의 멋진 사이다를 보여주기 위해 진상을 등장시키고, 이 것은 독자의 감흥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있을 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은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을 허구로 꾸며내서 서술하는 것인데, 호빵맨이 갑자기 머리가 잘렸다고 죽어버리거나, 허준에서 허준이 갑자기 날아다니면 보는 사람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슈퍼맨이 날아다니는 것은 이미 설명으로 우리가 합의되었기 때문에 상관없는 부분이지만.


작가는 정말 '있을 법'하게 세계관을 잘 꾸며놓았다. 아 이런 상황이 닥쳐오면 이런 식이겠구나.


인물의 내적갈등을 묘사하는 솜씨 또한 훌륭하다. 


또 작가는 문과일 것이고 사회탐구 영역으로 정치를 선택했을 것이다. 물론 작품에서 보이는 수준은 고등학교 정치과목을 훨씬 뛰어넘었다.


글쟁이S의 최근작품 사상 최강의 보안관처럼,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유료결제해서 핥듯이 아껴볼만한 작품이다.

Posted by 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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